군밤

군밤

겨울이면 늘 그렇듯 거리의 모퉁이마다 피어오르는 연기와 함께 소박한 기쁨이 찾아온다. 바로 군밤이다. 찬 바람이 볼을 스치는 겨울밤, 따스한 군밤 하나가 주는 위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포근함을 갖고 있다. 손가락 끝이 시리도록 차가운 겨울에 군밤 장수의 손에서 건네받는 뜨거운 종이봉투는 마치 따뜻한 이불처럼 온기를 전달한다.

 

군밤 가게 앞에 서면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른다. 추운 겨울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군밤 장수를 만나면 큰 기쁨이었다. 그때의 나는 군밤 한 알 한 알을 소중히 여기며 먹었다. 갓 구워낸 밤의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는 추위마저 잊게 만들었다.

 

하지만 군밤의 매력은 그 맛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군밤을 먹는 행위 자체가 소소한 행복을 준다. 밤 껍질을 벗기는 것부터 시작해 부드럽고 따뜻한 속살을 한 입 베어 물 때의 만족감은 겨울의 작은 기쁨 그 자체다. 군밤 한 봉지를 사서 걷는 길 손에 쥔 군밤의 온기가 마음까지 데워주는 듯하다.

 

군밤은 단순한 겨울 간식이 아니라 겨울이 주는 선물 같은 존재다. 추위를 피해 잠시 들르는 군밤 가게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 나누는 군밤 한 알의 맛은 겨울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군밤 한 알에 담긴 따뜻한 추억과 소소한 기쁨이 겨울을 지나는 우리에게 작지만 소중한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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