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빗방울

창밖을 바라보니 은은한 겨울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무채색의 하늘이 온 세상을 아련하게 감싸 안고 눈이 될 기세를 잃은 빗방울들이 창문에 부딪혀 작은 소리를 내며 흘러내립니다. 겨울비는 차갑지만 어딘가 따뜻한 위로를 주는 듯합니다. 마치 모든 것을 누그러뜨리고 세상의 소란을 잠시 멈추게 하는 마법과도 같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나목들은 비에 젖어 더욱 쓸쓸해 보이지만 그 쓸쓸함 속에서도 생명의 기운을 간직하고 있는 듯합니다. 나목의 가지마다 빗방울이 맺혀 있고 빗방울 하나하나가 겨울의 정취를 더해줍니다. 빗속을 거닐 때면 발걸음 소리도 잦아들고 마음까지 조용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마치 검은색과 흰색만으로 이루어진 세상 속을 걷는 듯합니다.

 

겨울비는 예고 없이 찾아와 일상에 작은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평범했던 거리가 비에 젖어 번들거리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우산 아래로 사람들의 얼굴이 숨어 버리고 눈길을 마주치기보다는 자신의 길을 재촉하며 걸어갑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찾는 이들 비를 맞으며 웃음 짓는 연인, 장난기 어린 아이들의 모습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겨울비는 냉정하고 차가운 계절에 촉촉한 감성을 불어넣어 줍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을 가집니다. 잠시나마 바쁜 일상을 멈추고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기며 소소한 여유가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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